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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일드, 일본 드라마 수박 (일드 추천-2)

by umiii 2021. 9. 24.

 

인생 드라마,라고 하면 한번 보곤 잊지 못해

수십 번을 돌려 보고, 매년 여느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그런 드라마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드라마 수박은 

나에게 인생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수박, スイカ, 2003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토모사카 리에, 이치카와 미카코, 아사오카 루리코, 타카하시 카츠미 등

 

줄거리: 신용금고 직원 하야카와 모토코와 해피니스 산챠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드 수박에는 수사물이나 로맨스물, 혹은 막장 드라마처럼 

극적인 갈등이 없다.

사람 사는 이야기, 어디서나 볼 법한 일상이 매화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볼 때마다 편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쉐어 하우스를 운영하는 유카(이치카와 미카코),

유명하지 않은 에로 만화가 키즈나(토모사카 리에),

똑 부러지는 성격의 교수(아사오카 루리코),

신용 금고 장기근속 직원 모토코(고바야시 사토미)

 

이렇게 네 명의 여자들이 한 집에 살게 된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식사를 함께 하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날들. 

 

특히,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모토코는 

권태와 회의를 느끼던 잔잔한 삶에 

돌멩이 몇 개를 던지듯 

점점 자신만의 인생을 향해 움직여 나간다. 

 

 

그전까지는 해보지 못했던 생각들이

머리를 깨우는 것이다. 

 

서른 살이 넘는 나이까지 부모 아래 살다

처음으로 독립한 계기가 

바로 해피니스 산챠이다.

 

오래도록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자연스레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인물은 저마다의 결핍을 가졌다.

그 특성들은 tv속 드라마이기 때문에

동떨어진 느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네와 비슷해서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무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하나 더'의 당첨을 재보는 것과 같은 

소소한 이야기.

 

그런 소박하고 수수한 일상에는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 

 

게다가 등장인물 모두 모난 데 없이 

귀여운 구석이 있어

보고 있자면 마음이 따듯해질 수밖에. 

 

 

 

이제는 가족끼리마저도 한데 모여 

밥 한 끼 먹기 어려운 시대에,

한 집에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매일 아침 혹은 저녁을 먹는 모습은 

퍽 그리우면서도 멀게 느껴지곤 한다. 

 

일드 수박을 보는 맛은 

식사 장면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음식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2003년이라는 지난 시절의 속도,

지금보다 느리게 흐르는 듯한 시간의 향수에 있다.

 

보고 있자면 정겹고 마음에 위안이 되는

 

그런 드라마를 나는 이번 여름에도 보았고, 

 

돌아올 내년 여름에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