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청량한 대만 영화 하나가 개봉했다.
"남색대문(Blue Gate Crossing, 藍色大門, 2002)"

계륜미, 진백림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눈이 가는
대만 청춘 영화의 고전.
20년 전 작품이 국내에 올해 최초 개봉했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이 선명해질까?
포스터 속 대사 한 줄만 보아도 대만의 여름 한 복판을 통과하는 기분이 된다.
단짝 친구를 몰래 좋아하는 멍커로우(계륜미),
그런 멍커로우를 좋아하는 장시하오(진백림),
또 그런 시하오를 짝사랑하는 위에전(양우림)
학교 생활이 전부인 학창 시절,
그 안에서 오고 가는 서로의 마음은 쉽게 커지고 쉽게 뭉개진다.


몸보다 크게 입는 교복, 통 큰 바지, 등하교길의 자전거, 땀에 젖은 머리카락..
이 모든 것들은 머릿속에 있던 대만의 청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멍커로우와 위에전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고
상대의 곁을 맴도는데, 그건 그저 용기가 없다기보다
그 마음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한 마디에 쉽게 흔들리는 어린 마음은
불안하지만 무언가를 단정 지을 필요 없다는 듯 자연스럽다.

멍커로우가 장시하오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았을 때,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 앞에서 나는 당혹스러우면서도 부끄러웠다.
그전까지 갇힌 생각으로 누군가를 판단했다는 사실에.
어떤 방식으로든 자유로운 시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건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순수하고 티 없는 시기의 사랑은
점차 흐려지기도 하지만, 선명해지기도 한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고,
매일이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짝사랑만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고,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해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시절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존재했던
어느 한 시절이기도 하다.
맑고 푸릇한 여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 한 구석이 아릿한
대만 영화의 공기와 청춘.

'네가 남색 대문 앞에서 오후 3시의 햇빛과 함께
여전히 그 여드름을 지닌 채 서있으면
난 웃으며 다가가 잘 지냈니, 하고 묻겠지.
넌 고개를 끄덕일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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