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atch

남색대문, Blue Gate Crossing (대만 영화, 영화 추천)

by umiii 2021. 9. 10.

 

늦여름, 청량한 대만 영화 하나가 개봉했다. 

 

"남색대문(Blue Gate Crossing, 藍色大門, 2002)"

 

 

계륜미, 진백림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눈이 가는

 

대만 청춘 영화의 고전. 

 

20년 전 작품이 국내에 올해 최초 개봉했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이 선명해질까?

 

포스터 속 대사 한 줄만 보아도 대만의 여름 한 복판을 통과하는 기분이 된다.

 

단짝 친구를 몰래 좋아하는 멍커로우(계륜미), 

그런 멍커로우를 좋아하는 장시하오(진백림),

또 그런 시하오를 짝사랑하는 위에전(양우림)

 

학교 생활이 전부인 학창 시절, 

 

그 안에서 오고 가는 서로의 마음은 쉽게 커지고 쉽게 뭉개진다. 

 

 

몸보다 크게 입는 교복, 통 큰 바지, 등하교길의 자전거, 땀에 젖은 머리카락..

 

이 모든 것들은 머릿속에 있던 대만의 청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멍커로우와 위에전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고

상대의 곁을 맴도는데, 그건 그저 용기가 없다기보다

그 마음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한 마디에 쉽게 흔들리는 어린 마음은 

불안하지만 무언가를 단정 지을 필요 없다는 듯 자연스럽다. 

 

 

 

멍커로우가 장시하오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았을 때,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 앞에서 나는 당혹스러우면서도 부끄러웠다. 

그전까지 갇힌 생각으로 누군가를 판단했다는 사실에.  

어떤 방식으로든 자유로운 시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건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순수하고 티 없는 시기의 사랑은 

점차 흐려지기도 하지만, 선명해지기도 한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고,

매일이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짝사랑만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고,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해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시절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존재했던

어느 한 시절이기도 하다. 

 

맑고 푸릇한 여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 한 구석이 아릿한

대만 영화의 공기와 청춘.

 

 

'네가 남색 대문 앞에서 오후 3시의 햇빛과 함께

여전히 그 여드름을 지닌 채 서있으면

난 웃으며 다가가 잘 지냈니, 하고 묻겠지.

넌 고개를 끄덕일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