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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본 독립 영화 추천(한국 영화)

by umiii 2021. 10. 29.

 

독립 영화는 

 

여타 상업영화에서 조금 동떨어져,

 

 솔직한 현실에 맞닿아 있는 듯한 매력이 있다. 

 

내가 인상 깊게 보았던 독립 영화 몇 편은-

 

 

 

1. 경주

 

감독 장률

 

출연 박해일, 신민아, 김태훈, 윤진서 등

 

 

도시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만들고, 영화의 배경으로 삼는 

 

장률 감독을 처음 알게 된 영화였다. 

 

교수 최현으로 나오는 박해일이 경주에 가게 되고, 

거기에서 오래전 들른 찻집을 찾는다. 

그 카페의 주인은 공윤희(신민아). 

카페, 그리고 경주 일대에서 

하룻밤 새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화려하진 않지만, 

그에 반해 배우들의 등장만으로 몰입을 이끈다. 

 

영화 속 최현(박해일)과 공윤희(신민아)는 

군더더기 없이 비교적 정갈한 모습이다. 

 

최현의 직업은 대학 교수로, 

깔끔하고 점잖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왜인지 자꾸만 카페에 있었다던 춘화에 집착하고

과거에 만났던 애인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바른 사람만은 아닌 듯한, 

조금은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다. 

 

 

그는 공윤희가 운영하는 찻집에 몇 번이고 들러

 

수상하고도 엉뚱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 최현을 경계하던 공윤희도 

 

점차 경계를 풀고, 

 

그러다 저녁 모임 약속에도 동행하게 된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취기 오른 주저리들, 조금 과한 술주정이 오가고

 

그 후

 

공윤희와 최현은 경주의 밤을 산책한다. 

 

 

영화의 배경, 그리고 제목을 왜 경주로 설정했는지

 

조금 알 것도 같은 

 

경주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밤 산책.

 

모두 잠든 듯한 고요함 속

 

살아있는 자의 눈앞에는 거대한 무덤이 있다. 

 

그리고 밤이 지난 다음날,

 

최현은 일상에서 이해하지 못할 죽음을 접한다. 

 

어쩌면 감독이 

 

경주의 정적인 아름다움과 동시에

 

삶과 죽음을 한 곳에 그리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싶었다. 

 

영화의 메시지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의미를 그려보며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의 주 배경, 공윤희의 찻집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경주 여행의 코스로 남았다. 

 

 

 

2. 족구왕

 

감독 우문기

 

출연 안재홍, 황승언, 정우식, 박호산 등

 

광화문 시네마의 우문기 감독 작품. 

 

개인적으로 족구왕은 

 

코믹하지만 진지한 청춘 영화의 진수,

 

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주인공 홍만섭(안재홍)이 전역 후 돌아온 학교에서

 

족구 하는 사람으로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흔한 스펙 하나 없이, 

 

오로지 족구 하나에만 몰두하는 홍만섭.

 

학교에서 사라진 족구장을 만들어달라고 하고, 

 

좋아하는 여자의 썸남과의 한판에서 승리해

 

학교에 족구 열풍을 가져오기도 한다. 

 

 

만섭보다 오래 학교를 다니는 형국(박호산).

 

그는 만섭에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말을 달고 산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역시도 한 때

 

족구에 빠져 살았던 족구러였다. 

 

 

 

족구왕은 코믹한 부분도 과하지 않고, 

 

전체적인 연출도 현실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뭉클해지는 지점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제쳐두고 공무원 시험을 공부한다든지, 

 

주위에서 비난을 받으면서도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는 마음이라든지. 

 

대학에 다니면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어딘가 얽매인 모습은 

 

내가 언젠가 경험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편

 

족구왕은 무엇보다 홍만섭의 활약이 큰데, 

 

마치 안재홍은 홍만섭 그 자체인 것만 같다. 

 

나는 족구왕을 보고 

 

안재홍이 출연했던 감독의 또 다른 영화, 

 

<1999, 면회>까지 보게 되었다. 

 

그만큼 배우의 역할이 찰떡같았다는 말. 

 

족구왕의 

 

족구, 그리고 홍만섭은 

 

순수한 청춘의 한 편이었다. 

 

 

 

 

3. 소공녀

 

감독 전고운

 

주연 이솜, 안재홍

 

위의 <족구왕>에서 기획, 제작을 맡았던 전고운 감독의 작품.

 

소공녀는 특히나 보고 나서

 

무언가 느끼는 게 많았던 영화였다. 

 

 

주인공 미소(이솜)는 집도 절도 없이,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 친구만 있으면 

 

족한 사람이다. 

 

직업은 가사도우미로, 크지 않은 벌이로 

 

하루살이처럼 매일을 살아간다. 

 

 

 

미소는 살고 있던 월세방의 집세가 올라 나오게 되고, 

 

지인들의 집을 하나씩 전전한다. 

 

미소와는 달리 사는 집이 있는 이들은 

 

그녀를 집에 머물게 하고, 

 

그녀는 그 보답으로 집안일을 한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문제없이 남의 집에 얹혀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타인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치게 되고, 

 

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들의 생활이 그다지 멀쩡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돼버린다. 

 

누군가는 미소에게 뜬금없는 결혼을 제안하고, 

 

또 누군가는 그녀에게 염치가 없다며 대놓고 비난한다. 

 

가장 가까웠던 친구도 결혼 후 가정에 매여 울지만,

 

미소는 그저 오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손을 잡아줄 뿐이다. 

 

 

어쩌면 미소는 

 

돈이 있고 집이 있는 누군가보다

 

따뜻하고 맑은 사람이다. 

 

약을 먹지 못해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도, 

 

그녀는 그녀대로 살아갈 것이다. 

 

 

 

4. 풀잎들

 

감독 홍상수

 

출연 김민희 정진영 기주봉 서영화 김새벽 안재홍 등

 

인디, 예술 영화를 말할 때 홍상수 감독을 빼놓기는 어렵다. 

 

명확하지 않은 무언갈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달까. 

 

 

 

풀잎들은 아름(김민희)을 화자로 두고 진행된다. 

 

입구를 알 수 없는 어느 골목, 

 

거기에 위치한 커피집에 앉은 여러 사람들. 

 

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한쪽에서 아름은 그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듣는다. 

 

 

이야기를 나누다 큰 소리로 화를 내기도 하고, 

 

어딘가 붕 뜬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들.

 

이들은 커피집에 종일 머무르는 듯, 

 

오래도록 함께 앉아 있다. 

 

커피집 밖에는 작은 대야 속

 

풀잎, 새싹들이 나있다.

 

 

그리고 아름은 영화 속에서 내레이션을 통해

 

사랑, 결혼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읊조린다. 

 

타인을 관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쏟아부으며.

 

 

깊어가는 저녁, 커피집에는 몇 명이 더 모이고,

 

이들은 술잔을 기울인다.

 

한 공간 안에 머물렀던 다른 테이블도 

 

어느새 하나로 동화되어 가는 과정.

 

마치 오래 알았던 사이인 것처럼.

 

아름은 사람과 삶에 대해 줄곧 냉소적이지만,

 

끝에는 이들과 섞이기를 피하지 않는다. 

 

마치 여전히 함께 살아있는 풀잎처럼.